부모마음
오랫만에 (근 한달이 되었지 않나 싶다) 몽땅 부모님을 찾아뵈었다.
동생내외도 왔었는데 노력봉사차 다들 모였는데 크게 할 일거리는 없이
자잘한 일거리가 많이있다. 가믐속에서 자란 시금치를 도려내어 다듬고
묶는 일거리..
오래지 않은 시간 쪼그려 앉아 칼질(시금치 도려내기)을 했더니 허벅지
아랫부분에 메추리알이 다 생겼다. 웃기는 이야기다. 뭘 했다고???
황량한 밭이 되었다. 시퍼렇게 기세를 높이던 잡초들도 서리에 누렇게
변해버렸고, 나무에 몇개씩 까치밥으로 메달아둔 사과와 배엔 이들이
다녀간 흔적이 많이도 남았다. 하여간 새들은 제일 좋은 것만 먹는다.
한쪽에선 메주용 콩을 삶고 그 모닥불 앞에서 사갔던 돼지고기를 구워
다들 모여서 먹었다. 집에 있던 처음보는 와인(포르투칼산)이 있어
한 잔씩 마시다 보니 빈병으로 변해버린다. 쓸쓸한 가을바람이 분다.
점심을 먹고 여름엔 쬐끄만 새끼였던 발바리가 다 컸다. 대충 만들어
줬던 개집은 다 허물어져 버리고(가만두질 않는다) 찬바람이 쑹쑹
들어갈 환경이라 작은 고무통을 잘라 임시방편으로 만들어줬다.
주변에 바람막이도 하고 바닥엔 스트로폼도 잘라서 넣어줬는데 얼마나
갈지 모른다.튼튼하게 만들어 줘야 하는데 그것도 번거롭다. 고장난
개목줄도 수리를 하여 꼬이질 않게 해주고 강쥥에게 정성을 다한단다.
해질녁이 되어 바리바리 사주신 보따릴 트렁크에 가득담아 돌아오는 길이
왜 그리 무겁게 느껴지고 잠은 또 왜 쏟아지나...동대구를 지나면서 사고로
지체가 된다. 한참을 걷다시피 빠져나가니 몇중 추돌인지 한 대는 1차로에
견인차와 같이 있고 그 앞에서 시시비비를 가린다.위험한데 정신 나갔다.
그냥 보니 별 사고도 아니건만 차를 옮겨야 하는데 버티고 자랑을 한다.
뒤에서 달리는 차와 추돌이라도 생기면 목숨부지하기 힘든데 어쩄든
용감한 이들이 너무 많다.
솜뭉치 같은 몸으로 돌아오니 아내는 이웃에게 나눠준다며 두 보따릴 들고
나간다.낼 주면 될걸 피곤하다고 끙끙 거리면서도 간다.뭘 그리 많이 주냐고
핀잔을 줬더니 기분이 좀 상했던가 뭐라 뭐라 한다.사실 친자매같이 서로
같다주고 얻어오기도 하기에 아깝진 않다.
배추 몇포기,콩 한 되,사과 ,배 한봉지씩(수년째 태풍으로 피해를 입어서
성한 나무가 몇 주 안된다) 비닐에 담아온게 전부다...사는게 어렵다.
3주간 휴일날 쉬질 못해선지 허리가 제대로 펴지지도 않는다. 담주엔 또
김장을 하자기에 한 주 뒤로 미뤘다.죽겠구만 그려.. 어쩌면 좋아요?
부모는 항상 자식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한다.나도 내 자식의 안위와 공부에
걱정이 많다. 내리사랑이 이런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