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을 떠나며(산행)
어둑어둑한 새벽녁을 한참이나 기다린다. 늦게 잠을 잤는데도
오랫만에 떠나는 (근 한달이 넘었으려나) 산행이 괜시리 설레
게 만든다. 곤하게 자는 가족들을 두고 주섬주섬 베낭을 챙기
면서 하루 일정을 세워본다.
컵라면과 캬라멜을 챙기고 물만 챙긴다. 보통 먹거린 거의 챙
겨가질 않는데 산이 소중함을 익히 알기에 그냥 다니는 편이다.
이른 새벽녁인데도 산악회 버스 십여대가 줄지어 기다리는게
등산의 계절인가 보다.대부분 잠들어 있을 새벽 6시가 좀 지난
이른 시간인데도 다들 부지런하게도 살아가는 모양이다.
어찌보면 긴 시간인데도 산행동료의 즐거움에 취해선지 시간이
짧게만 느껴진다.그토록 짧은 산행이었나 싶기도 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솔솔하다.결코 만만한 곳도 아니건만
다들 산행에 이력이 많아선지 예정한 시간에 돌아오는게 가능
하여 수영장에 들렀다가 집으로 향한다.
집에선 청국장을 끓여두고 기다리기에 밥은 관두고 퍼먹었다.
나른해진 탓인지 피곤이 몰려온다.잠을 제대로 자질 못하고
주말에 운동을 과하게 해선지 야구를 보다가 언제 잠이 들었
는지 알지도 못한채 두시간이나 흘러갔다.
참 즐거운 하루였다. 쌓여가는 스트레스도 풀고 뒤늦게 활짝
피는 벚꽃길을 조금이라도 산책해봤으면 싶었지만 바쁘게 살
아가는 사람들이라 호자만의 생각으로 거닌다.
흩날리는 꽃잎에 봄바람의 아지랭이가 피어오른다. 흐늘거리는
긴 꼬리를 잠시 부여잡고 미지의 세계로 잠시나마 따라간다.
산행. 그 즐거움! 친구가 있어 더 즐거움을 준다.
갈수록 깊이 파여 시름하는 나뭇뿌리의 아픔을 어찌 달래면
좋을까? 구간에 따라선 몇년간의 휴식년제가 필요하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