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에 지쳐 언제 가을이 오나 싶어 목마를 즈음이면 보랏빛 포도가 그 유혹을 조금
늦춰준다. 한겨울에도 비닐하우수용이 나오지만 제맛은 아니다. 이글거리는 뜨거운 태양
아래 달궈진 대지의 정기를 가득 받아야만 제 맛이 난다.8월이 마무리 되어 갈 즈음에야
비로소 수확이 된다. 그 이전엔 수박이 우리의 무더위를 식혀주질 않나.
어렸을적엔 집에서 포도밭을 하였다.이천평이 넘어서 수시로 농약을 쳐야 했는데 정말
힘이 들었다.내가 한 일이래야 줄 잡아당기는 일이었는데 100m나 되는 줄을 수도 없이
당기다보면 새벽부터 시작한 일이 어둑해져서야 끝이 났다. 아버지는 약을 치고 어머닌
분무기를 열심히 밟고 당기고 했던 기억이다. 수십년 전엔 다들 그렇게 했다.
지금이야 사과밭을 하지만 수년전 까진 포도밭도 육백여평 하였는데 다 캐어버리고 없다.
사과밭은 농약을 매주 쳐야 하기에 숫제 농약과의 전쟁이라고 하면 적당한데 수 년전 부터
사과 봉지를 씌워서 많이 줄였지만 이게 엄청난 일거리가 되어버렸다. 고단한 시골 삶이다.
어릴적 워낙 포도를 많이 먹어서 요즘은 별로지만 매년 4~5박스를 사다 먹는다. 스치로
폼에 고작 열 송이 남짓 들은게 전부니 양이야 많지 않다. 어릴적엔 상자당 25kg 짜리로
나무상자 였는데 요즘은 종이박스나 스치로폼에 조금 담아서 판다.
집 식구들이 포도를 엄청 좋아한다. 특히 아내는 얼마나 좋아하는지 비싼 겨울에도 사주
고 싶지만 사는게 어려워서 그러질 못한다. 시들어서 맛도 젬병이기도 하고.
포도를 먹으면 씨앗이 문제인데 난 먹질 못한다. 전부 뱉어내야 하기에 좀 성가신데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모른다.코흘리개 시절엔 잘 먹었는데 말이다. 이젠 포도의 계절이
가고 가을 과일의 시절이 온다. 물론 여름 사과도 있긴 하지만.
포도밭엔 유난스레 말벌집이 많아 많이도 쏘였는데 한 방의 위력이 엄청나다.일반 꿀벌은
따끔하고 붓는게 전부지만 이건 숫제 통증이다. 빨리 벌침을 빼야 그나마 고통이 덜한데
포도를 따다가 아버지랑 둘이서 눈 주위를 쏘여서 퉁퉁 부었던 적이 있다. 요즘 벌초라던지
도심에서 벌에 쏘여 죽는 경우도 있는데 다들 그 무서움을 등한시 한다. 조심하자.
올해도 열심히 먹었던 포도를 내년에도 웃으며 먹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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