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때 가끔 먹는 국수집이 있는데 면이 쫄깃쫄깃한게 괜찮은 편이다.다른 반찬이래야
김치 몇 조각,매운 청양고추 어쩌다 부추전이나 오징어튀김이 나오는데 푸짐한 양이다.
보통 국수집가면 좀 퍼진듯한 맛인데 여긴 바로 삶아서 해주니 쫄깃함이 괜찮아 쥔에게
물어봐도 웃기만 할뿐 알려주질 않는다.
재개발 지구의 허름한 식당이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헐리지 않을까 싶다. 밥 먹을 식당도
제대로 없는 후지다고 할 만한 동네인데 그래도 지하철 역이 걸어서 몇 분이면 되는 아이
러니한 위치다. 십년전만 해도 괜찮은 동네. 그 오래전엔 부자동네라고 했는데 그 덕분에\
재개발이 늦어져 발전이 더디었다가 이젠 얼마남지 않은 재개발 지역이 되었다.
티비에서 면발을 삶아서 얼음물에 씻으면 면이 쫄깃쫄깃해진단 내용을 보고 도전을 한
다. 국수는 아내보고 삶아달라고 하고 나머진 내가 담당을 하여 우선 냉장고에서 얼음
을 꺼내어 커대란 플라스틱 그릇에 넣었다. 손을 넣어보니 시릴정도로 차가워졌다.
국수를 급하게 찬물에 한번 행구고 바로 얼음물에 넣었다. 얼음물이 미지끈해진다.펄
펄 꿇던 국수를 넣었으니 얼음물이 좀 작았나 싶다. 그래도 식히면서 면을 조금 집어
먹어보니 맛이 괜찮다. 역시 정보란게 이래서 중요한가 보다.
한 줌씩 그릇에 나눠담고 국물은 멸치국물로 한다. 다들 입맛이 다르니 취향대로 먹게
가져다 주고 난 비빔라면 남은 스프(초고추장)를 넣고 열무김치를 가위로 잘라 넣어서
비벼먹는다.이번 열무김치가 꽤 잘되어 맛이 있다.
계란도 넣고 참깨가루도 좀 뿌리면 좋을텐데 귀찮아 그냥 쓱쓱 비벼서 먹었더니 맛이
꽤 좋아 한 입씩 맛을 본 애들이 서로 달라고 아우성이다. 역시 요리엔 내가 좀 소질이
있는 편이다. 가끔 실패해서 혼자 다 해치우기도 하지만 요리는 그래도 재미가 있다.
눈으로 보기엔 무슨 맛일까 싶지만 허기에 돌멩이까지 싶어먹을 정도의 시장기에 맛이
일품으로 느껴진다. 국수장사하기엔 안되겠지만 집에서 먹는것은 괜찮지 않나 싶다.
한 상 떡 하니 차려두고 먹기 직전이다.보다시피 식탁은 난민촌처럼 반찬도 없다.
난 벌써 비워버렸다.그냥 휘휘감아 후딱 몇 젓가락 삼키니 다 비워지고 미니 술병은 세
잔 부으니 양이 전부다. 입가심으로 딱 제격이다.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양.
어릴적 시골에서 자랄때 10이 좀 지났을땐가 싶은데 마당에서 커다란 솥에 국수를 삶아
저녁을 먹는다고 열심히 불을 때었다. 여름엔 마당에 솥을 걸어두고 국수를 곧 잘 삶곤
하였는데 어려서 뭘 제대로 아나? 불을 너무 지펴서 국수가 다 타버려 새로 삻아야 했던
추억이 있다. 라면과 달리 면의 양 조절도 잘해야 한다. 아차하면 솥 가득 넘쳐나기도 한다.
가끔씩 국수를 먹으면서 그 시절 연기에 눈물 흘리면서 불 지피던게 아련한 추억으로 떠
오른다. 그땐 부모님도 참 젊었는데 이젠 연세가 많이 되었다. 세월이 그리 흘러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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